옛날 영화, 이 좋은 걸 이제 알았다니

🔖 옛날 영화로 제한해 말한다면, 다양한 시공간의 영화들을 보는 건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현재는 어쩔 수 없이 과거의 표면에 불과하고 역사는 늘 역동적이고 입체적입니다. 우리가 현재의 어느 지점에 있고 어느 속도로 움직이는지 알려면 과거를 봐야 합니다. 모든 과거를 다 알 필요는 없습니다. 그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위치가 어디인지 측량할 수 있을 만큼은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가장 단순한 삼각측량을 하려고 해도 최소한 과거의 두 지점이 필요하지요.

🔖 최근 들어 여성 서사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지면서 이 장르의 영화들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많이들 여성 서사라는 개념을 탈색되고 소독된, 투명하고 올바른 무언가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재료와 동기만으로는 생명력 있는 무언가가 나올 수 없습니다. 자신을 주인공으로 여기고 이야기의 통제권을 쥐고 아무 거리낌 없이 욕망과 생각을 터트리고 그 지저분하고 혼란스러운 난장판 안에서 가능한 모든 조합을 찾으며 최대한의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리 진보적이지도 않았고 페미니스트라는 자의식도 없었으며 그냥 통속적인 오락거리를 추구했을 뿐이지만 자신의 욕망에 솔직했고 창작자와 배우로서 자존심이 만만치 않았던 카메라 앞과 뒤의 여자들이 남자들의 벽 사이에서 쌓아올린 결과물들을 돌이켜 볼 때입니다.